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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미래는 지속 가능할까

UpdatedOn November 25, 2019

메이 숙모의 ‘찌리릿(Tingle)’과 또 만날 수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와 소니 픽쳐스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공동 출자에 합의하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스파이더맨’이 다시 출연하게 되었다. 이 극적 타결의 일등 공신은 이미 알려진 대로 주연 배우 톰 홀랜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교훈을 스크린 밖에서 실천했다. 사실 디즈니와 소니가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 만큼 3편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 존 와츠 감독과 톰 홀랜드 콤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수익이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약 20억 달러(1, 2편 총합)인 걸 고려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만 놔둘 리가 없다. <스파이더맨> 3편은 2021년 7월 개봉 예정이다.

EDITOR 신기호

MCU는 과연

소니 픽쳐스 CEO 토니 빈시케라가 밝힌 것처럼 소니는 ‘스파이더맨’의 독립적인 세계관을 만드는 과정에 착수했다. ‘어벤져스’가 지구촌을 흔들어놓기 전, 이미 2000년대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히어로 영화와 블록버스터의 한계를 넘어서며 ‘소니의 전성기’를 구축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2010년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몰락 이후 주춤했지만,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로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했고, 2020년 10월 개봉 예정인 <베놈 2>에서는 출연을 예고하며 연계성까지 확보했으니, 소니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쩌면 톰 홀랜드와의 3편 이후에는 MCU에 스파이더맨 캐릭터가 출근하지 못하도록 만들 가능성도 충분하다. 향후 TV 시리즈로 스파이더맨을 화려하게 등장시키려면, ‘MCU에서 사라진 스파이더맨’이라는 전제(아쉬움의 고조)가 필요하고, 이런 분위기는 결국 시청자에게 더욱 극적으로 작동할 테니까.

그럼 디즈니 입장을 살펴볼까? 디즈니 측도 역시 3편은 반드시 필요했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하이틴물이라는 점에서 관객층의 확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아이언맨의 후계자’라는 콘셉트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그런 면에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어벤져스: 앤드게임> 이후 3단계를 마무리하는 23번째 MCU 영화로 적절했다. 그리고 현재 스파이더맨 캐릭터 없이는 아이언맨의 유산을 스크린 속으로 불러오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3편은 아이언맨과의 우정을 담은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현재 예정된 MCU 4단계 영화들은 이렇다. 2020년 5월 <블랙 위도우>, 11월 <이터널스>, 2021년 2월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텐 링스>, 5월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 7월 <스파이더맨 3>, 11월 <토르: 러브 앤 썬더>, 2022년 5월 <블랙 팬서 2> 순으로 개봉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들의 미래는 밝을까? 뚜껑을 열기 전까지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곧 만나는 3편은 다소 불확실하다. 먼저 <블랙 위도우>는 과거로 돌아가 블랙 위도우의 탄생과 활약을 담을 예정이지만 정서적으로는 나탸샤(스칼렛 요한슨)에 대한 애도 과정을 빼놓을 수 없다. 플로렌스 퓨, 레이철 와이즈 같은 여배우들과의 여성 연대도 좋지만, 무엇보다 ‘히든 카드’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이터널스>의 초인적인 힘을 지닌 종족의 이야기는 앤젤리나 졸리와 리처드 매든이 주도한다. 더욱이 졸리가 최근 10년 동안 제대로 보여준 캐릭터가 말레피센트뿐이란 것은 꽤 우려되는 지점이다. 두 영화의 감독은 각각 케이트 쇼트랜드, 클로이 자오. 재능 있는 감독들이지만 히어로 영화 연출은 아직 쉬이 상상이 되질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 <이터널스>는 그들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또한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텐 링스>에서는 마블이 최초로 아시아 슈퍼히어로를 등장시킨다. 바로 쿵푸 마스터 샹치다. 이 역은 <김씨네 편의점>의 시무 리우가 맡았고, 그와 격돌하는 빌런, 만다린은 양조위가 등장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처럼 미국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더라도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길 기원할 뿐이다. ‘블랙 파워’의 상징 <블랙 팬서>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위상을 높였다고 해서, 성급히 샹치 역시 아시아를 대표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위 3편은 새로운 관객층 유입이나 전 세계 시장으로의 확대를 염두에 둔 도전이라면 그 후 영화들은 안정적인 속편 전략에 기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배우들의 신구 조화를 고려하는 동시에 히어로 캐릭터를 즐기는 재미를 선사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팬덤에 빠지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는 놀랍게도 마블 최초의 호러 영화(!)가 되리라 예고된 상황이다. 꿈의 지배자 나이트메어가 등장하고, 이에 맞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가 함께한다. 또한 ‘토르’ 시리즈의 4번째 영화인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나탈리 포트먼이 ‘여성 토르’ 제인으로 돌아온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3편 <라그나로크>(2017)의 만족도가 토르에 대한 평가를 올려놓은 이후라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비교적 두 편의 영화는 안정적인 솔로 무비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온갖 히어로 캐릭터들이 경합하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대신할 순 없는 노릇이다.

냉혹하게 평가하면 아이언맨의 죽음과 캡틴 아메리카의 노쇠화 이후, 마블은 구심력이 없는 상태다. 이들의 대체는 아예 불가능하니까. 최근 DC 엔터테인먼트의 <조커>가 보여준 것은, 단순히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를 잘하는 명배우라는 사실이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유일무이한 조커 캐릭터는 오로지 조커만이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MCU의 각양각색 솔로 영화들은 좋은 캐릭터(히어로와 빌런)와 완성도를 기본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숲(MCU의 전체 세계관)을 본다면 MCU의 상징적 중심축이 사라진 후 발생하는 문제점을 마블(수장 케빈 파이기)이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아이언맨과 캡틴이라는 ‘두 축’의 부재는 ‘만능 키’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어벤져스> 시리즈는 ‘오늘날의 셰익스피어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놀라운 운명과 희극, 비극 요소를 비롯해 영화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 즉 액션, 전쟁물은 기본이고 첩보 스릴러에서 멜로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 현대 영화의 유산을 히어로 영화로 새롭게 구현해낸 셈이다. MCU의 청사진은 한마디로, 히어로 영화의 진화였다. 하지만 MCU의 또 다른 ‘어벤져스’급 설계도가 없는 한 히어로들의 잔치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호언장담할 수 없다. 향후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넘어설 수는 없어도 그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영화가 탄생하지 않는 한, MCU의 4단계는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 잔인하게도, 그것이 23편의 영화에 열광한 전 세계 관객들의 기대이자 MCU 히어로들이 짊어진 숙명이다. 과연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까? 이유야 어쨌든 그들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WORDS 전종혁(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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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신기호
WORDS 전종혁(영화 평론가)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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