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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의 내년

On November 06, 2017 0

남성과 여성의 쇼가 통합된 후, 그 두 번째를 맞이한 구찌의 2018년 봄·여름 컬렉션을 밀라노에서 직접 마주하고 왔다. 소유에 대한 욕망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선 이전 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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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니 팩은 남자에게도 꽤 잘 어울리는 모양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거다.

패니 팩은 남자에게도 꽤 잘 어울리는 모양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거다.

비교 대상이 없다는 표현이 적합하겠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지금의 자리를 꿰찬 후부터는 항상 그랬다. 어쩌면 그 새로움까지 이젠 익숙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생경함은 잦아들지 않았다. 미켈레가 선보이는 무대 구성, 음악, 컬렉션은 당연하고, 초대장까지 그가 의도한 세계관의 흐름을 담고 있었다. 미켈레가 완성한 세상 속으로 최면에 걸린 듯 컬렉션장에 걸어들어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시공을 초월한 역사적 장면들의 혼재.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미라,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 아즈텍의 템플 등 쇼장 안은 압도적인 조형물들로 가득했다. 이번에는 어떤 콘셉트의 쇼를 선보일지 기대를 품고 자리에 앉았다.

실망이란 단어가 결코 떠오르지 않는 구찌의 컬렉션은 내년 봄·여름이 잰걸음으로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극대화했다. 그만큼 입고 싶은 옷들이 가득했다는 뜻. 이번 쇼는 전체적으로 1970년대와 80년대를 향하고 있었다. 70년대의 글리터와 글램, 영국의 트위드, 80년대의 숄더, 디즈니와 세가 그리고 워너 브라더스의 루니툰 캐릭터를 오롯이 담아냈다. 그야말로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세계 패션의 화두로 재등극시킨 빈티지 감성과 레퍼런스의 대향연이었다. 특히 이번 쇼에서 영국적인 뉘앙스가 다소 느껴졌던 건, 영화 〈킹스맨〉에 등장했던 가수 엘튼 존을 뮤즈로 캐스팅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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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장의 묵직한 구성.

컬렉션장의 묵직한 구성.

  • 컬렉션장의 묵직한 구성.컬렉션장의 묵직한 구성.
  • 이집트 석상의 압도적인 분위기 연출.이집트 석상의 압도적인 분위기 연출.
  • 고대 남미에 온 듯한 낯섦.고대 남미에 온 듯한 낯섦.
  • 이런 구두에 이런 양말 조합.이런 구두에 이런 양말 조합.
  • 셔츠 위에 팔찌를 두른 낯설지만 시도해볼 만한 스타일링.셔츠 위에 팔찌를 두른 낯설지만 시도해볼 만한 스타일링.
  • ‘밋퍼드 자매와 결혼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두툼한 니트. ‘밋퍼드 자매와 결혼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두툼한 니트.
  • 빈티지 글램 룩에서 영감을 받은 가운.빈티지 글램 룩에서 영감을 받은 가운.
  • 베스트 위를 장악한 벅스 버니.베스트 위를 장악한 벅스 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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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찌 쇼를 찾은 배우 박서준. 
2 래퍼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인 에이셉 라키. 
3 힙합 테일러라고 일컬어지는 대퍼 댄. 
4 이탈리아 배우 알레산드로 보르기.

 

이미 대세로 등극한 패니 팩은 남자 모델의 허리춤에도 당당히 둘러져 있었으며, 묵직하게 층층이 목에 두른 목걸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70년대 오버사이즈 안경과 점프수트, 빈티지 글램 룩에서 영향을 받은 가운, 벅스 버니와 백설공주 스웨터 등도 주목할 만했다. 사적인 재미가 느껴졌던 건, ‘밋퍼드 자매와 결혼하지 마라(Never marry a Mitford)’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진 두툼한 니트가 이미 결혼한 나에게 이상할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다는 것. 


이번 컬렉션은 의도된 게 분명하겠지만, 쇼에 등장한 옷들의 세부를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조명은 어두웠고, 연무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고, 고대 레플리카 석상들이 시선을 방해하기까지 했다. 옷의 세부를 보여주는 것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미켈레는 자신의 심미적인 세계관 속에 우리를 초대하려 했다는 생각이 짙게 들었다. 덕분에 이번 컬렉션의 의도를 옷만이 아닌 전체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쇼 전에 항상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적힌 카뮈나 들뢰즈 그리고 하이데거를 모른다고 해도 그 누구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징했다.

남성과 여성의 쇼가 통합된 후, 그 두 번째를 맞이한 구찌의 2018년 봄·여름 컬렉션을 밀라노에서 직접 마주하고 왔다. 소유에 대한 욕망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선 이전 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Credit Info

CREATIVE DIRECTOR
성범수

2017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CREATIVE DIRECTOR
성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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