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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뒤에서

On June 27, 2017 0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곳에 이야기를 심는다. 시놉시스를 펼치고, 근사한 결말까지 만들고 난 뒤 종내 공간을 떠난다. 공간이 간직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공간을 만든 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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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 프렌즈 + 카페 ‘오누이’

모든 창조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정된 ‘기조’가 있다. 혹은 ‘정체성’ ‘스타일’ ‘색깔’ ‘결’ ‘경향’ 따위로 불리는 것들. 한승재, 윤한진, 한양규가 모인 건축 스튜디오 ‘푸하하하 프렌즈’는, 하지만 그러한 기조를 갖지 않는다. 구태여 말하자면 기조가 없는 것이 그들의 기조다. 오래전 아낙들의 빨래터를 떠오르게 하는 카페 ‘옹느세자매’, 스테인리스로 마감한 거대한 테이블을 저돌적으로 들인 카페 ‘빈브라더스’, 완만하게 휜 벽돌로 쌓아 올린 ‘흙담’ 등. 이들의 작업을 머릿속에 좌르르 정렬해도 하나의 공통된 맥락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까 기조라는 번지르르한 단어 뒤에 숨는 편법을 쓰지 않고, 모든 작업마다 문제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에 공력을 쏟았다고 말할 수밖에. “우리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대신 클라이언트를 엄청 신중하게 골라요. 진정성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은 거죠. 우리는 어쩌면 그들의 진정성에 기생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푸하하하 프렌즈는 말한다. 7호선 공릉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카페 ‘오누이’는 이들의 2016년 프로젝트다. 당시 이들은 스타필드 하남에 입점할 에이랜드 매장의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두 프로젝트의 온도 차이가 급탕과 냉탕을 오가는 지경과 흡사하다고 말하자 “그런데 오누이는 우리가 안 하면 왠지 ‘개판’이 될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마디로 화장실 크기만 한’ 공간이지만 거의 모든 요소에 특별한 색깔을 입혔다. 오빠와 여동생이 함께 운영하는 카페이니 입구에 문을 2개 내고, 소규모 공장이 밀집한 공릉동의 특수성을 그대로 수용해 동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산업 자재로 공간을 마감했다. 카페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남천 또한 사실 서울 거리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못생긴 경첩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단정한 파사드가 몇 번의 단순한 조작으로 간이 테이블로 변신하는 것 또한 굉장히 공들여 작업한 디테일. 언뜻 단순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은 단순하지 않다. 할 말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것을 아주 은근하게 표현하는 단편 영화 같다고 할까.

주소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187길 12-47
문의 010-8833-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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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COM + 서점 ‘유어마인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모두 피해 간다. 전형적으로 예쁘게 보이려는 디자인 또한 전혀 시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스튜디오 COM은 최근 1~2년 사이 공간 디자인계에서 가장 많이 호명된 이름이다. 사람들은 이들이 작업한 공간을 존재감 있게 채우는, 이들이 디자인하고 만든 ‘집기’에 특히 주목했다. MDF, 파티클 보드, 합판, 각재 같은 저렴한 건축 재료를 사용했지만 재료가 가진 가벼움을 날렵하게 제거하고 오히려 그것을 세련되게 가공하는 재주, 장식은 덜고 기능에 집중하지만 조형적인 미감은 과감하게 끌어올리는 스타일까지 더해져 스튜디오 COM이 손을 댄 프로젝트에서는 확실히 그들만의 미감이 느껴진다. 지난 4월 홍대에서 연희동 주택가로 이전한 ‘유어마인드’는 스튜디오 COM의 가장 최근 프로젝트이자 여태까지 이들이 보여준 작업 중 가장 밀도 있는 공간이다. 스튜디오 COM은 말한다. “성격상 대충 후루룩 할 수 없어요. 웬만큼 하면서 좀 뻔뻔하면 될 텐데 그게 안 돼요. 전부 직접 만들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기술을 전부 집약해서.” 이들은 우선 판형과 두께가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효과적으로 전시할 수 있는 책장 형태에 대해 고민했다. 가장 먼저 북엔드를 따로 세울 필요가 없도록 책장 간격을 좁게 조정했고, 책 이외에도 포스터와 엽서를 비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책장을 만들기도 했다. 경사진 천장으로 향하는 시선을 막기 위해 조명의 높이를 손본 것도 인상적이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조명의 높이를 모두 일정하게 맞추어 조명이 줄지어 선 지점에서 천장이 끝나는 것 같은 효과를 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서점을 지키는 고양이를 위해 공간 곳곳에 낸 둥근 구멍, 책장 사이로 바깥의 수풀이 보일 수 있도록 낸 아담한 창문까지. 굳이 자세히 보려 하지 않아도 공간에 적용한 디테일이 쉽게 드러난다. 사소한 부분 하나를 위해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이란 원래 그런 법이니까.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10-6 2층
문의 070-8821-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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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종 + 바 ‘헬카페 스피리터스’

누군가 박길종에 대해 아주 군더더기 없이 설명한 바 있다. “을지로, 동대문, 남대문에서 구할 수 있는 값싼 자재를 이용해 작품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특출한 사람”이라고. 이 말에 조금 살을 붙여보자면, 박길종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아주 흔한 재료를 쓰는 사람은 맞지만, 그가 하는 디자인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다. 때로 박길종이 만든 다양한 물건을 들여다보면 그것의 본질에 대해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의자, 책상, 책꽂이 등 지극히 평범한 이름표를 달고 나온 일상의 물건이 ‘정형’이라는 관념에서 한참이나 벗어나고 또 어긋나 있어서다. 그가 이처럼 정형과 비정형 사이의 묘한 물건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 아니다. 적어도 ‘길종상가’라는 스튜디오를 만들어 다양한 실험을 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다. 헬카페 2호점인 ‘헬카페 스피리터스’는 그가 스튜디오를 만들고 햇수로 7년 차에 진행한 프로젝트다. 한편 스튜디오를 오픈할 당시 주되게 사용한 나무 소재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공간을 디자인하기 전, 의뢰인의 요구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했다고 한다. 공간에 ‘세로’ 개념을 입힐 것. 그리고 공간 전체를 나무로 덮을 것. 그리하여 백 바가 들어선 공간을 제외한 모든 벽면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곧게 이어지는 얇은 세로 형태의 합판을 설치했다. 심지어 햇빛을 차단하는 블라인드까지 가로가 아닌 세로형이다. 한편 공간 전체를 나무로 채워달라는 의뢰를 적극 수용하여 천장, 벽, 테이블, 의자 모두를 나무로 마감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헬카페 스피리터스에 처음 발을 들이면 코 아래에서 나무 향이 스치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세로무늬가 반복되며 공간에 경쾌한 리듬감이 생기지만, 동시에 단단한 나무가 공간을 무겁게 누르고 있기도 하다. 그 누구도 아닌 정확하게 박길종다운 면모로 가득한 공간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 248
문의 070-7612-4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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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 + 인테리어 편집매장 ‘인터로그’

김종완이 이끄는 ‘종킴 디자인 스튜디오’는 출범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았지만, 고급스럽고 세련된 미감을 전면으로 보여줘야 하는 장소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렸다. 도곡동에 위치한 베트남 음식점 ‘안남’, 박준우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알테르 에고’와 디저트 카페 ‘오트뤼’가 대표적이다. 2016년 완공한 ‘인터로그’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프로젝트였다. 김종완은 특히 ‘시작(Prologue)부터 마무리(Epilogue)까지의 여정을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인터로그의 콘셉트를 실제 공간 속에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것에 작업의 방점을 두었다고 한다. “건물 외벽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물성. 인터로그에서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따뜻하고 편안한 미감의 북유럽 가구. 이 두 가지의 중간 지점에서 인테리어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하여 건축과 가구의 중간 형태에 해당하는 갖가지 시설을 공간 곳곳에 배치하고, 직선과 곡선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방식을 펼쳤다. 디자인을 적용한 듯, 적용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순전히 그가 공간에 설치한 다양한 요소들이 중간 지점에서 교묘하게 몸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로그 건물은 이동준 건축가의 작품이기도 해요. 건물 자체가 가진 느낌이 굉장히 좋았어요. 온갖 인테리어 요소를 구기듯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건물이 지닌 느낌을 굳이 훼손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의 말처럼 인터로그는 김종완과 건축가 이동준이 협업한 하나의 프로젝트로 보이기도 한다. 붉은색 벽돌로 마감한 건물 외벽을 감상한 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이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54길 23
문의 02-6049-4268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곳에 이야기를 심는다. 시놉시스를 펼치고, 근사한 결말까지 만들고 난 뒤 종내 공간을 떠난다. 공간이 간직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공간을 만든 이들을 만났다.

Credit Info

GUEST EDITOR
전여울
PHOTOGRAPHY
이수강, 현경준

2017년 06월호

이달의 목차
GUEST EDITOR
전여울
PHOTOGRAPHY
이수강, 현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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