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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칵테일을 노련하게 주문하는 법

수십 개의 술과 정체불명의 재료들이 가득한 바에서 원하는 술을 정조준하는 6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UpdatedOn June 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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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바에 갔던 밤, 뭐든 말만 해보라는 듯 서 있던 바텐더에게 이렇게 말했다. “올드패션드 한 잔 부탁합니다.” 서툴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러려면 부가적인 질문을 최소화하고 간단하게 주문을 해야 했다. 올드패션드야말로 그럴 때 쓸 만한, 그럴싸해 보이면서도 단순한 마법의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맙소사. 그 한마디에 돌아오는 질문이 셀 수 없었다. “버번으로 할까요? 라이? 혹시 브랜디를 좋아하십니까?” “무거운 가운데 살짝 쓴맛과 달콤한 맛이 언뜻 느껴지는 쪽 중 무엇이 좋아요?” “가니시는 레몬이 좋은가요? 오렌지? 아니면 체리?” 어떻게 대답했는지 무엇을 선택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야릇한 맛의 올드패션드를 손에 쥐고, 가까스로 몇 모금 홀짝거리던 기억밖엔. 

바텐더가 바를 찾은 손님을 위해 술을 만드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오래전부터 전해온 몇 가지 레시피가 ‘클래식 칵테일’이라는 장르로 묶이긴 하지만, 사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술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 맛있는 칵테일을 만드는 일은 탁월한 조합을 끌어내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 정글 같은 술의 왕국에 들어섰다면, 바텐더로부터 원하는 맛의 칵테일을 획득하기 위한 요령이 조금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남자의 식생활

주관이 뚜렷하고 재색을 겸비했으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남자, 마네킹에 걸린 옷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 만들기에 더 열중하는 남자에게 제안하는 전방위적 식생활 가이드.

1. 바에서 지켜야 할 매너부터 익히자
바텐더를 향해 당연히 휘파람을 불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계산할 카드를 쥐고 흔들지도 말 것. 어떤 바는 매너가 좋지 않은 극소수의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린다. 매너에 관해 엄격한 룰을 적용하는 바에선, 심한 경우 손님을 내쫓기도 한다. 바에서는 현대 문명인다운 에티켓이 필요하다. 바에 있는 모든 술과 리큐어, 재료들을 모두 잘 아는 사람은 바텐더다. 매너 좋은 손님은 바텐더를 춤추게 한다.

2. 베이스 스피릿과 리큐어, 비터스를 알고 나면 바텐더와 대화하기 쉬워진다
베이스 스피릿은 쉽게 말해 칵테일의 몸통과 같은, 칵테일의 격을 결정하는 술이다. 위스키, 럼, 진, 보드카, 테킬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비터스는 여러 스파이스와 천연 재료로 만든, 풍미를 위한 재료다. 음식을 요리할 때 쓰는 조미료와 비슷한 개념이다. 리큐어는 이미 존재하는 증류주 혹은 주정에 과실, 꽃, 식물의 잎, 뿌리 등 향신료와 감미료를 더한 술이다. 진과 보드카, 위스키는 스피릿이고 말리부, 쿠앵트로, 압생트, 그랑 마니에르 등의 술이 리큐어에 속한다.

3. 칵테일의 기본적인 제조법 몇 가지는 알아둘 것
차가운 칵테일을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얼음을 넣고 흔든 것과 저어서 만든 것. 바 용어로는 이를 ‘셰이큰’과 ‘스터’라고 한다. 바텐더에게 셰이큰 혹은 스터라는 말을 붙여 주문한다면 이야기가 좀 통할 것이다. 스터 칵테일은 덜 차갑고, 셰이큰 칵테일은 조금 더 차갑게 완성된다. 셰이큰 칵테일은 바텐더가 바 테이블에 내어주는 대로 빠르게 마셔야 본연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가장 클래식한 칵테일 중 하나인 마티니도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다르게 만들 수 있다.

4. 칵테일에도 더블과 싱글 개념이 있다
커피를 주문할 때처럼 말이다. 아주 기본적이지만 원하는 맛의 칵테일을 손에 쥐려면 반드시 바텐더와 상의해야 할 부분이다. 기본적인 용량의 술이 들어가면 싱글, 그 두 배를 넣으면 더블이다. 카페에 가서 ‘더블샷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더블 크랜베리 보드카, 더블 테킬라 소다, 더블 진토닉 등 어떤 칵테일이든 더블이 가능하다. 진하고 강도 높은 한 잔을 마시고 싶은 날이라면 바텐더에게 “더블로 부탁합니다”라고 귀띔할 것.

5. 웰 드링크와 콜 드링크가 있다

웰 드링크는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 중 하우스 와인과 같은 것이다. 어떤 칵테일을 만들 때 바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스피릿을 첨가한 칵테일을 말한다. 예를 들면, 바에 따라 웰 드링크 진토닉이 다르다. 어떤 바는 헨드릭스 진을, 또 어떤 바는 탱커레이 진을 주로 쓴다. 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피릿이 아닌, 특정 브랜드의 술을 사용한 칵테일은 콜 드링크라고 한다. 특정 브랜드의 술을 넣은 한 잔을 즐기고 싶다면, 콜 드링크로 부탁하면서 추가 금액을 함께 물어보자. 대개 웰 드링크는 그 바에서 가장 저렴한 술을 사용한다.

6. 바텐더에게 시그너처 칵테일을 물어보자
바에는 시그너처 칵테일이 존재한다. 모든 시그너처 칵테일에는 다른 것과 비할 바 없이 많은 노력과 창의성, 애정이 들어 있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익숙한 술에서 벗어나보자. 새로운 칵테일은 무한하다. 살면서 다 마셔보지 못할 정도로 무궁무진한 스타일의 칵테일이 존재한다. 바텐더에게 그의 시그너처 칵테일을 주문해보자.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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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경진
ILLUSTRAION Heyhoney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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