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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의 감각

On April 26, 2017 0

유영규는 지금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제품 디자이너 중 하나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줄줄이 발표하고 있는 홀로렌즈, 엑스박스 등의 최첨단 제품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만의 디자인 그 이면에 있는 감각의 근원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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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로 영감을 찍는 사람들

라이카로 영감을 찍는 사람들

<아레나>는 2017년 특별한 기획을 진행한다. 인터뷰라는 장르를 새롭게 해석한 기획 기사들이 계속 등장한다. 이 꼭지도 그에 상응하는 1년 연속 기획이다. ‘라이카’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영감을 얻거나,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본다. 박지호 편집장이 직접 인터뷰한다.


# 내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선택한 이유

어릴 때부터 워낙 제품을 좋아했어요. 자연스럽게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죠. 삼성전자에 막 들어갔을 때 당시 직접 디자인한 최첨단 휴대폰의 광고가 광화문에 있는 큰 전광판에서 나오는 걸 보며 뿌듯했어요. 그때가 스물아홉. 지금 아내와 당시 부산으로 여행 갔을 때 해운대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서도 안성기 씨와 장혁 씨가 등장하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어요. 그때 프러포즈를 해 성공했죠.(웃음)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참 좋은 건 세계 각지의 유능한 디자이너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다는 거예요.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전시하며 하라 켄야 등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관계를 맺거나 좋은 작업을 함께할 수 있었죠.
삼성전자를 다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좋은 경험을 더 쌓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일단 무조건 짐을 싸서 밴쿠버로 갔다가 나이키에 지원했어요. 원래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 때는 인연이 안되었다가 한 3년 정도 후에 그쪽에서 연락이 다시 왔어요. 그사이 영어도 좀 늘어서 재미있게 다니겠다 싶었어요. 정말 즐거웠어요. 나이키라는 회사를 다닌다는 건 마치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전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이 모두 모여 재미있는 작품을 서로 협의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죠. 그리고 TV로만 보던 유명한 선수들이 나이키 캠퍼스에 와서 테스트도 같이 하니 정말 신나죠. 그렇게 즐거운 작업들을 하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LG의 와인폰을 디자인했고요. 좀 더 넓은 디렉팅을 하고 싶어서 아이리버로 옮겨 전체를 총괄하는 자리에도 있어봤죠. 당시 아이리버가 잘나갈 때였기 때문에 다양한 협업 제안도 많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디자인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 ‘클라우드앤코’를 창립한 거죠. 그때 마침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즈음이 마이크로소프트가 혁신의 길로 들어설 때였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끌린 이유는 제품 디자인의 전체적인 느낌에 기술적인 베이스가 많이 묻어 있어서예요. 무언가 내가 기여할 바가 있겠다 싶어서 합류해 홀로렌즈와 최신 엑스박스 디자인을 함께했죠. 제품이 금방 나온 것처럼 보이겠지만 홀로렌즈는 총 5년, 엑스박스는 3년 정도 걸렸어요. 심플한 디자인을 불어 넣기 위해 초기부터 디자인 결정권자들과 무인양품과 하라 켄야의 책들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변화하게 될 디자인 비전을 공유하고 시작했죠.  


#내 디자인에 영향을 준 것들

엑스박스는 워낙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고유의 디자인 랭귀지를 버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좋은 DNA는 가지고 가면서 어떻게 변화를 추구할 것인지가 관건이었죠. 결국 답은 게임과 라이프스타일의 조화에서 찾았어요. 홀로렌즈는 좀 더 어려웠던 게 세상에 한번도 없던 제품이었잖아요? 이전에 다른 회사에서 시도한 것들은 우스꽝스럽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죠. 그런 선입견을 깨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그래서 2000년도에 나온 아우디 TT 디자인에서 실마리를 찾았어요. 당시 아우디 TT 디자인이 미래적이면서도 외형이 무척 심플했거든요. 모자처럼 쓰는 스타일을 추구했는데 이를테면 우스꽝스러운 게 아니라 썼을 때 뭔가 쿨하고 멋있는 느낌이 나야 한다는 걸 최우선 과제로 뒀죠. 그래서 인체공학적인 부분을 해치지 않으면서 절제를 많이 한 작품이에요. 완성되고 나서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무척 뿌듯했어요.
아무래도 저는 하라 켄야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어요. 아이리버에 있을 때 우연히 그를 만날 기회가 생겼어요. 딱 5분만 주겠다고 했는데 디자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뒤 스케줄을 다 취소하고 3시간이나 저와 이야기를 이어갔죠. 이후 그에게 많이 배우기도 했고 협업도 많이 했습니다. 저에겐 일종의 멘토나 마찬가지인데 작업할 때 기준선이 되는 것도 같아요. ‘이렇게 디자인하면 그가 좋아할까?’라는 게 일종의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을 가르는 기준이 되어버린 거죠. 마이크로소프트 제품들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초창기부터 하라 켄야와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사옥에 초청해 디자인 과정도 보여주고 홀로렌즈도 가장 먼저 선물했죠. 불필요한 장식 없이 본질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 그와 내가 공유하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기본 정신입니다.


#라이카 디자인에서 얻은 영감

보통 사람들은 책을 통해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디자이너들은 물건을 보고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랜드 자체에서 영감을 받은 경우도 있고요. 라이카가 대표적입니다. 이 빨간 딱지를 보면 나에게 들어오는 고유한 느낌이 있죠. 그리고 황동에 크롬 도금을 한 보디의 물성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아요. 예전에 유럽 자동차에도 많이 쓰인 소재인데 무겁긴 해도 저절로 중후한 느낌이 배어나오거든요. 이런 소재를 실제로 저도 많이 사용하고 있고요. 그리고 제가 디자인한 점자 시계에도 텍스처로 구현했는데 ‘라이카 실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라이카만의 세련된 컬러 조합이 워낙 매력적이에요. 여기에 정밀하게 새겨진 문자 디테일이나 아날로그 조작버튼 등 다양한 디테일에서 많이 배우죠. 이를테면 라이카 이미지처럼 중후한 느낌으로 가자. 오래된 브랜드들이 본래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경우도 많지만 라이카만의 고유한 측면이 ‘타임리스’라는 콘셉트를 만드는 거죠. 라이카가 티타늄을 쓴 것에 대해서는 반반이에요. M에서는 강력한 오라를 발산했는데 Q에서는 아무래도 그 느낌이 덜하더라고요. 그래도 라이카는 여전히 강력히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고 거기서 저도 많이 배우며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매일 산책하다 보면 늘 같은 풍경인데도 늘 새롭게 찾는 뭔가가 있어요. 
사실 난 여행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나마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억지로 견디고 즐길 수 있는 거죠.
내 사진은 그래서 집 주변을 산책하다가, 
보통 관광객은 잘 가지 않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접한 
느낌과 이미지들을 찍은 거예요.”

 



#내가 라이카를 좋아하는 이유

눈치 채셨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메탈을 좋아합니다. 묵직한 메탈. 라이카에 매혹당하는 이유죠. 초기 디지룩스 2를 오랫동안 좋아한 이유도 이 묵직함 보디감 때문이었어요. M-P 사파리 버전을 써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사진 전문가는 아니다 보니 사용하는 데 불편할 것 같았어요. 여행 다닐 때 가지고 다니기도 힘들 것 같았고. 그때 딱 내게 맞춤한 것 같은 Q가 나왔죠. 제가 좋아하는 라이카 느낌의 사진을 어느 정도 구현하면서도 빠르게 촬영할 수 있고 아이패드로 컨트롤할 수도 있고요. 가는 매장마다 매진이 되어서 2주 만에 간신히 구입했을 때 정말 감개무량했어요. 실제로 촬영했을 때도 라이카만의 깊이 있는 사진들이 찍혀 나와서 참 만족스러웠고요. 사진들을 보면 와이파이로 연결해 제가 원격으로 조종해 찍은 사진들이 꽤 있죠. 여행 다닐 때 특히 많이 활용했어요. 그리고 완성된 제품을 찍을 때 광고나 자료로 활용되는 컷을 찍을 때도 Q를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디자인에서 사진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주요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 때문이거든요. 디자이너들이 직접 찍거나 아트 디렉션을 하는 이유가 사진을 통해 제품의 많은 것들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죠. 어떤 뷰일지, 컬러의 명암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거든요. 조명도 안 쓰고 자연광으로 찍었는데도 이 정도 작품이 나왔어요. 불편하지 않게, 재빠르게, 느낌을 캐치하는 데는 Q가 가장 제격인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개인 작업의 조화

다행히 회사 정책이 좋아서 퇴근하고 개인 작업도 잘 조화시켜 나가고 있어요. 클라우드앤코에서는 개인적으로 정말 하고 싶거나 재미있고 수익과 상관없는 디자인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즈니와도 협업을 했어요. 우리 스타일대로 미키 마우스, 스타워즈, 베이맥스 등을 심플하게 재해석해줬더니 참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가장 뿌듯해하는 제품은 전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예요. 지난 20년 동안 투박하고 커다란 디자인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거든요. 그걸 모던하면서도 심플하게 디자인했더니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상도 여러 곳에서 받았고요. 업무시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일을 잘 마치고 저녁에 하고싶은 개인작업까지 한 게 5년째인데 아직 큰 문제가 없는 거 보면 이렇게 계속 끌고 가고 싶어요. 영광스럽게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 디자이너 4인’에도 선정되었으니 몸이 좀 힘들더라도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죠.(웃음)

유영규의 디자인

유영규의 디자인

제품 디자이너 유영규가 라이카로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디자인을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감상할 시간

유영규는 지금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제품 디자이너 중 하나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줄줄이 발표하고 있는 홀로렌즈, 엑스박스 등의 최첨단 제품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만의 디자인 그 이면에 있는 감각의 근원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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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박지호
PHOTOGRAPHY
이오반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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