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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위가 내겐 아픔이었네

스포츠 선수는 부상을 안고 산다. 크고 작은 부상은 선수의 기량을 좀먹고 결국 선수 생명까지 갉아먹는다. 올 한 해 어떤 부상이 그렇게 선수들을 괴롭혔나.<br><br>[2008년 12월호]

UpdatedOn November 21, 2008

Editor 이기원

인대
선수들에게 가장 흔히 일어나는 부상이 인대 손상이다. 인대는 골과 골을 이어주는 조직인데, 일반 사람보다 팽창과 수축이 잦은 스포츠 선수들의 인대가 정상이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문제는 인대가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데 비해 재발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심할 경우 인대 재건술, 혹은 인대복원술 같은 큰 수술이 기다리기도 한다.

디디에 드로그바(첼시)

부상 무릎 내측 측부 인대 손상.
영향 지난 10월 클루지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 이후 6주간 결장.
결과 드로그바의 공백이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예상했다면, 그건 첼시의 강함을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말과 같다. 아넬카를 비롯한 탄탄한 벤치 멤버들이 드로그바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하지만 최근 라이벌 리버풀에게 86연속 홈경기 무패 기록을 헌납한 순간에는 그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일 수밖에 없었다.

ARENA SAYS ‘드록신’도 부상으로 신음할 때가 있다는 것, 그것만이 놀랍다.

이호준(SK)

부상 왼쪽 무릎 연골과 고질적인 인대 부상.
영향 지난 6월 수술을 위해 독일로 출국한 직후 사실상 시즌 아웃.
결과 SK가 선수 한두 명의 결장으로 흔들리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호준이라는 중심 타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SK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한국시리즈마저 싱겁게 우승했다. 내년에 이호준까지 복귀하면 SK가 얼마나 더 강해질지, 무서울 정도다.

ARENA SAYS 영화 <타짜>의 대사를 인용하겠다. 내년에도 SK가 우승한다는 데 ‘내 돈 모두허고, 내 손모가지를 건다.’

이형종(LG)

부상 오른쪽 팔꿈치 인대 부상.
영향 계약금 4억3천만원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올 시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결과 올 시즌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거물 루키가 단 한 번도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루키 시절 뜻밖의 활약을 펼쳤던 투수들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올 한 해 이형종의 부상은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다 죽어가는 투수도 회춘하게 만든다는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이 수술을 받은 투수 대부분이 구속 상승을 경험했다.

ARENA SAYS LG는 선수들을 트레이드하기 전에 프런트부터 트레이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왕첸밍(뉴욕 양키스)

부상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겼다. 발목은 특히 재발 위험이 큰 부위다.
영향 6월까지 8승 2패라는 리그 리더급의 성적을 보였지만, 결국 시즌 아웃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결과 에이스를 잃은 양키스 제국은 급격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구 방위대급의 로스터에도 불구하고 양키스는 결국 1995년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지구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를 부러움 섞인 눈으로 바라봐야 했다. 역시 야구는 돈으로 하는 게 아니었다.

ARENA SAYS 그의 부상이 WBC 아시아 예선까지만 이어졌으면 좋으련만

곽태휘(전남 드래곤즈)

부상 무릎 십자인대 파열.
영향 십자인대 수술의 특성상 최소한 6개월 이상 재활이 필요하다.
결과 곽태휘는 허정무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얻으며 허정무호의 황태자로까지 불렸지만 지난 10월 또다시 부상이라는 악령에 사로잡혔다. 월드컵 최종 예선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는 점에서 팀에게나 개인에게나 아쉬움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십자인대에 부상을 입었던 선수들이 급격하게 하락세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

ARENA SAYS 허정무의 지도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다만 허정무의 ‘운’이 의심스럽다.

햄스트링
햄스트링은 허벅지 뒤쪽을 따라 이어진 3개의 근육을 말하는데, 무릎을 구부리고 엉덩이 관절을 펴는 역할을 한다. 전력 질주 시에 자주 사용되는 근육이라 부상 빈도가 높다. 순간적으로 달리거나 멈춰야 하는 일이 잦은 선수들이 잘 당하는 하체 부상 중 하나가 햄스트링이다. 갑작스러운 운동 시에 사두근과의 알력 싸움으로 인해 햄스트링 부상이 쉽게 발생한다.

토마스 로시츠키(아스널)

부상 우측 햄스트링 부상. 환상적인 프리킥을 선보이던 바로 그 허벅지다.
영향 올 1월,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부상으로 교체된 이후 한 번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결과 파브레가스와 함께 아스널의 미드필드를 책임지던 그는 지난 1월부터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지난 시즌 막판 아스널이 선두 경쟁에서 탈락한 건 로시츠키를 비롯한 주전들의 줄부상 때문이었다. 올 시즌 많은 베테랑 미드필더들을 타 팀으로 이적시킨 아스널로서는 로시츠키의 부재가 아쉬울 뿐.

ARENA SAYS 유리몸의 비극은 선택지가 두 가지밖에 없다는 것. 트레이드되거나, 선수 생활을 접거나.

서재응(KIA 타이거스)

부상 왼쪽 햄스트링 부상. 왼쪽 발을 높게 들어 앞으로 쭉 뻗는 동작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우완 투수들에게 왼쪽 햄스트링은 항상 위험 지역이다.
영향 미처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서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게 화근이었다. 제대로 훈련 일정을 따라가지 못하던 서재응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동안 재활에만 매달렸다. 결국 스프링캠프에서의 훈련 부족이 시즌 중에 서서히 드러나 오른쪽 팔꿈치 통증까지 불러왔다.
결과 기아도 서재응도 아쉬움이 많은 한 해였다. 올 시즌 성적은 16경기 5승 5패 방어율 4.08. 메이저리거로서는 초라한 성적이다. 그가 부상에서 좀 더 빨리 벗어났다면 포스트시즌 티켓은 삼성이 아니라 기아가 잡았을 것이다.

ARENA SAYS 그래도 최희섭에 비하면….

허리
허리는 여러 가지 구조물들이 모여 상체의 체중을 버티는 대들보 역할을 하는 부위다. 허리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 조직이 우리 몸에 가해지는 충격들을 흡수해 허리를 보호하는데, 외상에 의해 수핵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질에 균열이 생길 때 통증이 생긴다. 농구나 피겨스케이팅같이 지속적인 점프와 착지를 반복해야 하는 종목에서 디스크가 많이 발생한다.

김연아

부상 허리 디스크. 점프를 한 후 스케이트의 얇은 날로 서야 하는 스케이트 선수는 일반인보다 최소 2.5배 이상 하중 및 충격을 견뎌야 한다. 디스크가 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영향 김연아는 지난 3월 2008 세계선수권에서 경기 직전 허리 부상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동안 통증으로 연습을 하지 못해, 시합 전날 컴컴한 놀이공원 링크에서 연습하는 투지를 보이기도 했다.
결과 결국 쇼트 프로그램에서 트레이드마크인 트리플 러츠를 시도하다 통증으로 실수를 범해 5위에 그쳤다. 다음날 프리 프로그램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지만 부상의 아쉬움은 지워낼 수 없었다.

ARENA SAYS 괜찮다, 다 괜찮다. 연아니까.

김승현(동양 오리온스)

부상 허리 디스크. 요통의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근육의 이상이다. 드리블을 위해 쉴 새 없이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여야 하는 포인트가드에게는 치명적이다.
영향 지난 시즌 김승현은 개막전 부상 이후 무려 28경기에 결장했다.
결과 김승현이 결장한 28경기에서 오리온스의 성적은 3승 25패. 동양 오리온스의 시즌 성적은 최하위였다. 하지만 김승현이 부상에서 복귀한 올 시즌 오리온스는 서장훈과 하승진이 버틴 KCC를 누르는 이변을 일으키며 쾌속 순항 중이다.

ARENA SAYS 다시 농구장을 찾고 싶어진 건, 정말, 김승현 하나 때문이다.

기타

왕기춘

부상 갈비뼈 부상. 갈비뼈는 생각보다 부상이 잦은 부위다. 시합 내내 상체를 격렬하게 부딪혀야 하는 유도 선수는 특히 그렇다.
영향 준결승도 아닌 8강전에서 이미 부상을 당했다. 갈비뼈가 부러져 흔들리는 느낌이란 어떤 걸까.
결과 솔직히 ‘따놨다’고 생각했던 금메달은 박태환이 아니라 왕기춘이었지만 결과는 아쉬운 은메달이었다. 결국 왕기춘을 위해 준비됐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최민호에게로 옮겨 갔다. 경기 후 가진 눈물의 인터뷰는 대한민국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ARENA SAYS 그 몸으로 결승전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경의를 표할 수밖에.

최홍만

부상 지난 9월 K-1 월드 그랑프리에서 상대에게 계속되는 미들킥을 헌납하며 갈비뼈 부상.
영향 최홍만의 새하얀 옆구리살이 발갛게 물들었다.
결과 부상은 부상대로, 비난은 비난대로 먹었다. 연장까지 갔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경기를 포기해 관중들의 싸늘한 눈길을 피할 수 없었다. 시합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버티기’로 일관한 최홍만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 방식 때문이다.

ARENA SAYS 차라리 시원한 1라운드 KO패였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을.

이운재(수원 삼성)

부상 지난 2007년 대표팀 음주 파문에 따른 자기반성적 스트레스 장애.
영향 1년 동안 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다.
결과 이운재는 징계가 풀린 지 하루 만에 다시 대표팀에 발탁됐다. 대표팀이 얼마나 이운재를 원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물론 정성룡이 공중볼 상황에서 꽤 불안감을 보였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ARENA SAYS 시합 전날 술을 마셨건, 돼운재라고 놀림을 받건, 아직은 이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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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기원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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