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못 먹는 휴대폰 찔러나 보자

휴대폰 시장이 잠잠하다. 딱히 `유행`이 될 만한 제품이 없다. 하지만 열외 없이 다 잡아내는 네이버 뉴스에는 콘셉트폰 못지않은 최첨단 휴대폰들이 지금 막 따끈따끈하게 북미 시장에 나왔다고 한다. 게다가 그 휴대폰에는 `SAMSUNG` `LG`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그래서 물어봤다. 왜, 왜 우리에겐 저 휴대폰을 허락하지 않았느냐고.<br><br>[2008년 1월호]

UpdatedOn December 23, 2007

Editor 김민정

아르마니와, 뱅앤올룹슨과 손을 맞잡은 지가 언젠데, 그 세계를 놀라게 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국내 소비자는 구경도 못하는 거냐는 질문에 삼성의 대답은 이러했다. “해외 특히 유럽형 휴대폰의 경우 대부분이 국내와는 달리 GSM 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디자인의 휴대폰이라고 하더라도(예를 들어 블루블랙폰처럼) 제품 기획 단계에서 개발을 별도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의 경우 WIPI라는 무선 인터넷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별도로 진행하는 제품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목놓아 칭찬하던 WCDMA는 GSM에서 진일보한 기술이며 일부 폰의 경우 호환도 가능하다는데, 그렇다면 GSM 때문에 못한다는 건 WCDMA가 나오기 전 얘기가 아닌가? 또 여기에 덧붙여 하는 말이 “국내는 해외와 달리 오픈 마켓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와 협의, 조율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다른 나라에서 전략적으로 출시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출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제조사가 상품을 단독으로 출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휴대폰 사업자가 직접 제품을 출시할 수 없다. 휴대폰에 새겨진 ‘SHOW’나 ‘3G+’ 마크를 보면 알 수 있듯, 일단 이동통신사를 거쳐서 나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동통신사의 주력 사업인(요즘 같으면 3G) 휴대폰만 골라서 출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 하나는 기똥차게 들려줄 것 같은 뱅앤올룹슨의 세레나타가 한국 근처엔 얼씬도 못한다는 얘기다. LG 측도 마찬가지다. “제품 출시 전, 고객 선호도나 국가별 소비자 조사를 통해 해당 지역에 먼저 출시, 반응이 좋은 제품에 한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여 출시한다.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 그 수준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여기서 그들의 답변은 멈췄다. 어떤 뒷이야기가 있더라도 함구하는 게 그들일 테다.
일단, 글로벌 기업이라 불릴 만큼 성장한 삼성과 LG에게 한국 시장은 너무 협소하다. 한 가지 휴대폰이 잘돼봐야 북미 시장에 출시해 올릴 수 있는 이윤의 10분의 1도 못 미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고 또 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즉, 기업은 규모의 경제에 의해 움직이고 위험 부담을 최소로 줄이는 게 목표다. 그렇담 자국이라고 해도 한국 시장은 매력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휴대폰 제조사 자체가 몇 안 되기에 그다지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시장은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들은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출시한다는 말로 약소국의 설움을 위로하려 한다. 중요한 건, 그들이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너무나 모르고, 또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여전히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거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김민정

2013년 05월호

MOST POPULAR

  • 1
    송중기가 짊어진 것
  • 2
    디펜더가 가는 길
  • 3
    SHOW YOUR SHOES
  • 4
    명작의 조건
  • 5
    THE NEW, NERDY

RELATED STORIES

  • BEAUTY

    파티를 닮은 향 5

    뜨겁게 무르익은 파티의 밤, 함께 취하고 싶은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향.

  • BEAUTY

    집 안을 가득 채우는 향

    쌀쌀한 바람에 마음마저 건조해지는 이맘때, 따뜻하고 싱그러운 향은 집 안의 온기와 무드가 된다.

  • BEAUTY

    소중한 피부를 지켜주는 고영양 크림 4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에 쉽게 거칠고 주름지는 피부를 위한 고영양 크림.

  • BEAUTY

    탬버린즈 퍼퓸 컬렉션 팝업

    전시와 향으로 표현한 위안의 감정.

  • BEAUTY

    뭉근한 잔향이 매력적인 인센스 추천

    유려하게 피어오르는 섬세한 연기가 남기는 뭉근한 가을의 잔향.

MORE FROM ARENA

  • LIFE

    의외의 도시로 떠나는 1박 2일

    올 가을에는 자연과 어우러지되 번잡하지 않은, 의외의 도시로 떠나고 싶어졌다.

  • LIFE

    영감을 찾아서: 가수 오메가 사피엔

    영화 한 편, 소설 한 권은 벽돌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들이 쌓이며 성을 이룬다. 작가의 세계는 그렇다. 때로는 인상적인 작품이 성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벽돌의 배치에 따라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는 작가와 함께 그의 성을 투어하며, 작품의 토대가 된 벽돌들을 하나씩 뽑아 들었다. 지금 각 분야에서 가장 유별난, 돋보이는 작가들의 영감 지도다.

  • ARTICLE

    LIKE A PLAYER

    운동엔 역시 장비라고, 테니스를 시작한다면 우선 이 정도는 갖춰야.

  • FASHION

    사회 초년생과 손목시계

    쓰고 싶은 마음과 쓸 돈이 정해진 현실 사이에서.

  • LIFE

    텔레비전 있어요?

    당신의 집에 TV가 있나요? 없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걸요?

FAMILY SITE